7회 외국어번역행정사 합격 수기 구본량 행정사

설재오행정사전문기자 | 입력 : 2020/01/13 [21:35]

[합격수기=설재오 행정사 기자] 2018년 1월 첫째 주 첫날 평소 매우 가깝게 지내는 지인(서로를 존중해 주는 친구라는 말이 더 맞다)과 점심식사 중에 행정사라는 자격증에 대한 정보를 접하게 됐다.

 

▲ 구본량행정사 © 대한행정사신문

행정사 자격증 보유자인 지인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고 포스코에서 중역을 맡았던 분이다. 필자의 외국어 능력을 살릴 수 있는 외국어번역행정사 시험을 추천하면서 자격증을 취득하면 함께 동업해보자고도 제안했다. 처음 듣는 행정사에 대해 정보가 없었으나 즉석에서 흔쾌히 외국어번역행정사 시험에 도전하겠다고 대답했다. 외국어행정사시험을 보는 것은 16년 전 국제공인감사(CIA, Certified Internal Auditor)시험을 치르고 두 번째 도전인 셈이다.

 

대학 졸업 후 한화그룹과 포스코 그룹에서 임원생활 7년을 포함, 30여년을 근무했다. 아랍에미레이트에서는 포스코 그룹에서 투자한 저장탱크 생산법인의 대표이사를 맡아 있했으니 직장인으로서는 사원부터 사장까지 다 해 본 셈이다. 이후 아랍에미레이트 현지의 철구조물 생산회사의 대표이사로 4년간 활동하다 귀국 후 국내 건설기자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에서 약 3년을 더 근무하던 중이었다. 만 63세(54년생)의 나이로 직장 생활과 하루 세시간 이상 시험 준비를 병행하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아내도 시험에 도전하겠다고 말하니 건강을 염려하며 일부러 사서 고생은 하지 않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스스로와 지인에게 도전을 약속했기 때문에 바로 시험 정보와 시험준비를 위한 학원을 찾아봤다. 다행히 서울에 행정사 시험을 지도하는 학원이 두 곳이 있었고 그 중 하나를 택해 바로 등록했다.

 

외국어번역행정사 시험 과목은 1차가 객관식으로 행정법, 행정학, 민법총칙이다. 국가에서 인정해 주는 외국어 쓰기 시험은 일정 기준점수 이상을 받아야 한다. 2차 시험은 주관식 논술형으로 민법(계약법), 행정절차론, 사무관리론이다. 일반행정사는 외국어 쓰기 시험이 없는 대신 2차시험에서 행정사 실무법이 추가된다.

 

대학(고려대 경영대)을 졸업한 후 이미 37년이나 지났는데 민법(총칙), 행정학, 행정법 같은 생소한 과목을 공부하는 것이 참 낯설고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게다가 행정법과 행정학은 깨알 같은 글씨에 방대한 책의 분량이 괴로웠다. 대학에서 민법총칙을 한 학기 수강했건만 머리속에 들어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학원에서는 2차 과목도 강의했는데 1차 과목도 제대로 못하면서 2차 과목까지 공부하기는 너무 무리였다.

 

회사 업무를 마치고 학원에 가서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학원 강의를 듣고 집에 오면 밤 12시가 넘을 때가 많았다. 늦은 귀가 후 저녁식사를 마치면 새벽 1시였다. 바로 자고 새벽에 5시쯤 일어나서 한 과목 정도 전날 저녁 배운 것을 복습했다. 아무리 한다고 애를 써도 늘 학습은 밀려 있었다. 행정학은 방대한 양을 소화하기 어려워 기본교재를 철저히 공부하지 못하고 기출문제를 보면서 기본교재를 찾아가서 확인하는 방식으로 공부했다. 단어장에 용어정리를 해서 지하철에서 보곤 했다. 행정법과 민법총칙은 기본교재를 중심으로 공부하면서 기본 개념을 습득하는데 주력했다. 그러나 행정법은 기본교재의 내용 중에서 기본 개념을 학습하느라 정작 중요한 판례의 내용을 제대로 학습하지 못했다.

 

4월에 본 토익 Writing 시험은 오랫동안 국제 비즈니스와 영문 Writing을 해왔기 때문에 200점 만점에 180점을 받아 무난히 합격선(150점)을 통과했다. 그리고 4월부터는 2차 과목에 대한 공부를 중지했다. 1차 과목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2차 과목까지는 도저히 학습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불완전한 시험공부를 하면서 5월에 1차 시험을 봤다. 평소 풀던 문제보다 난이도가 훨씬 높았다. 게다가 적지 않은 나이인데다 회사에서 기획, 국제계약, 비즈니스 개발, 법률 분석, 규정, 협상, 투자분석, 고객개발 등의 업무를 해 온 터라 수십년 간 꼼꼼하게 문장을 읽는데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민법총칙과 행정법 문제의 예문과 5개의 지문을 시간내 빨리 읽지 못했다.

 

민법총칙과 행정법을 치른 후 시간은 이미 15분이나 초과였고 행정학 시험 결과는 엉망이었다. 시간에 쫓기니 아는 문제도 답이 안보였다. 결국 행정학에서 과락을 했고 1차 시험에서 낙방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고 하긴 했는데 막상 시험에 떨어지니 참으로 실망이 크고 난감했다. 우선 나 자신에 대한 실망이 컸고 뒷바라지 하느라 함께 잠도 못 자고 고생하신 어머니와 아내에게 참으로 미안했다. 1차 시험을 치른 후 일주일의 마음고생을 하고는 학원에서 1차 시험 합격자를 위해 강의하는 2차 과목을 함께 들었다. 힘들고 쓰린 마음이었으나 내년 1차 합격 후 2차 시험일까지 날짜가 촉박한 것을 생각하고 미리 공부한다고 여기고 1차 시험 합격생들과 함께 학원에서 2차 과목 강의를 9월 중순까지 수강했다. 이런 식으로 11월 말까지 다른 학원에서 사용하는 민법총칙 객관식 문제집을 1회 독파했다.

 

1차 시험에 대한 교재는 다른 출판사의 교재를 선택했는데 보통 11월 말쯤에 출간하기 때문에 이때 민법총칙, 행정학, 행정법의 기본교재를 새로 구입해 12월부터 행정학을 공부헸다. 이맘때부터 학원에 다니지 않고 혼자 공부했다. 혼자 공부하다 보니 짜임새 있게 공부하지 못했다. 행정법과 행정학이 900페이지 정도나 되는 방대한 분량으로 인해 한 과목을 마칠 때까지 다른 과목은 공부하지 못했고 교재와 문제집을 한 번 푸는데 과목당 2달이 소요되었으며 민법총칙을 공부할 날짜는 한달 보다 조금 더 남아 있었다. 행정학과 행정법은 기본 교재를 충실히 읽히면서 개념을 파악하는데 주력했고 특히 행정법은 기본 개념과 법률조항 뿐만 아니라 판례의 내용을 익히는데 많은 신경을 썼다.

 

법의 개념부분에서 반복적으로 출제되는 것을 보고 이 부분을 반복 학습했으며 통치행위는 이제까지 한 번도 출제되지 않아 이번에는 출제되리라 생각하고 꼼꼼하게 학습했다. 아쉽게도 민법총칙, 행정법, 행정학의 1차 시험 교재를 출판한 출판사는 해당 교재의 객관식 문제집을 2019년에 출간하지 않아 전년도에 출간한 문제집을 볼 수밖에 없었다.

 

행정사 1차 시험은 일반 공무원 시험과는 달리 독특한 형태(5지선다형, 박스내에서 맞는 내용 고르기, 긴 예문 등)로 시행되는데 여기에 익숙할 수 있도록 주의하면서 학습했다. 행정학은 기본교재를 본 후 약 2주 동안 공무원 시험의 기출문제를 O, X로 정리한 교재를 골라 1000문제집과 3000문제집을 반복해서 풀어 보았다. 행정학 총론편과 재무행정, 인사행정, 지방행정은 자주 출제되는 만큼 꼼꼼하게 학습했지만 행정학 발달과정과 관련한 행정학파와 학자 이름은 잘 외워지지 않아 표를 만들어 정리하면서 읽혔다.

 

행정법도 공무원 기출문제집을 몇 권 구입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보지는 못했다. 민법총칙은 기본교재에 문제가 풍부히 들어 있어 마음이 놓였다. 절대 부족한 공부시간을 확보하느라 회사에 출퇴근은 지하철을 이용했고 지하철에서는 단어장에 정리한 행정학, 행정법의 내용과 행정학 O, X 문제집을 형광펜으로 그어가면서 반복해서 읽혔다. 다행히 민법총칙은 먼저 문제집을 한 번 학습한 적이 있고 기본교재에 문제가 함께 풍부하게 들어 있는 교재를 골라 공부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실제 시험을 2주일 정도 앞두고 학원에 가서 모의고사를 2회 보면서 문제를 푸는 실전감각도 익혔다.

 

5월 20일경 1차 시험 문제를 풀 때는 시간 안배를 위하여 행정학부터 풀었다. 25문제를 푸는데 20분 정도 소요되어 나머지 시간을 민법총칙과 행정법 문제 풀이에 쓰도록 했다. 지난 해에 민법총칙과 행정법 문제를 푸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어 행정학을 망쳤기 때문에 나름 시간 안배를 잘 하려는 전략이었는데 성공적이었다. 1차 시험을 치른 후 집에 와서 채점을 해보니 민법총칙이 84점, 행정법이 60점, 행정학이 76점으로 넉넉하게 나왔다. 즐거운 마음에 3일 정도를 쉬고 바로 학원에 2차 시험 모의고사반 등록을 했다. 다행히 토익 Writing점수는 2년간 유효하여 작년에 시험 본 것을 다시 사용할 수 있었다.

 

2차 과목인 민법(계약법), 행정절차론, 사무관리론은 기본교재를 볼 시간이 없어 바로 문제집으로 학원 수강을 했다. 전년에 1차 시험에 합격한 수험생들은 이미 기본교재를 갖고 공부를 한데 비해 1차 시험을 치를 때까지 2차과목을 전혀 공부하지 못했다.

 

가장 공부하기 재미없고 외우기 까다로운 것이 사무관리론이었다. 기출문제는 우선 제외하고 학원 선생님이 중요하다고 하는 문제는 빠짐없이 외우느라 노력했으며 나름대로 출제될 것 같은 문제도 함께 공부한 것이 주효했다. 행정절차론은 기본 개념 파악에 많은 시간을 보냈고 단문 위주로 반복해서 먼저 학습하고 나중에 사례문제를 풀어 나갔다. 그러나 사례문제를 푸는데 절대 시간이 부족하여 한두 번 정도밖에 풀지 못했다. 이 부분은 시험 치러 가는 순간까지 아쉬움으로 남았다.

 

민법(계약법)은 학원에서 가르치는 문제집의 내용이 잘 되어 있었고 학원에서 중요하다고 하는 문제는 우선 반복해서 풀었다. 대부분의 문제는 단문과 사례문제로 나눌 수 있는데 기초가 약한 것을 생각해 단문도 가능한 빠짐없이 학습했다. 컴퓨터로 일을 해 온 터라 역시 글씨를 빨리 쓰는데 문제가 있었다. 또한 빨리 쓰면 자연히 글씨가 엉망이 되는 것 같은데 채점하는 교수가 과연 답안을 읽을 수 있을까 하고 염려도 되었다.

 

20점짜리 문제 하나의 답안지 작성에 시간을 재어 보면서 8분 내지 9분 안에 답을 쓰도록 반복해서 연습했다. 10분이 넘어가는 답안은 과감히 일부를 줄여서 시간을 맞추어 나가려고 했다. 나이 때문에 문제 하나에 4~5시간이 걸려 외워도 금새 자꾸 잊어 버리는 통에 시차를 두고 4~5번씩 외우는 문제가 대부분이었다.

 

시험준비 막바지에는 다니던 회사를 6월 말에 퇴직하고 절대 부족한 공부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두 달 반 동안 하루 15시간 이상을 대입수험생처럼 도서관과 공부방을 드나들면서 학습했다. 컨디션 관리에도 신경을 썼다. 비타민C와 종합비타민을 복용하기도 하고 눈에 좋은 루테인 비타민도 복용하면서 건강관리에 주의를 기울였다.

 

9월 21일 2차 시험을 치르면서 대부분 그동안 공부했던 부분에서 출제돼 마음이 편했다. 다만, 역시 평소 걱정하던대로 글씨를 빨리 쓰는데 문제가 있었고 민법(계약법) 첫 문제인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 문제는 공부한 내용을 모두 쓰다 보니 9분 이내에 써야 할 시간을 이미 20분이나 소비했다. 큰일이다 싶어 나머지 문제와 행정절차론은 정신없이 써 내려갔다. 문제의 답이 잘 떠오르지 않는 부분은 답안지에 여백을 남겨 두고 다음 문제를 풀어나갔다. 반 페이지면 충분하리라고 생각해 그만큼만 여백을 남기고 다음 문제의 답안지를 작성했는데 나중에 답안지를 쓰다 보니 한 페이지 반이나 필요했다. 할 수 없이 답안지 맨 마지막으로 이어진다는 표시를 하고 이어서 썼다.

 

시험을 보고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중 함께 시험을 친 수험생과 대화를 하면서 쉬운 문제 하나를 다른 답을 썼다고 생각하고 발표날까지 괴로워하고 자책했는데 다행히 넉넉한 점수로 합격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답안을 제대로 작성한 것도 모르고 쓸데없는 마음고생을 한 것이다.

 

행정사 시험도 법무사, 공인노무사, 세무사, 관세사 시험처럼 2차가 논술시험인 꽤 괜찮은 국가고시라 생각한다. 일하는 범위가 방대하고 선배 행정사들의 말에 따르면 본인의 적성에 맞는 분야에 집중하면서 정년 없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수입도 괜찮다고 한다. 그밖에 다른 행정사와 협업으로 어려운 문제도 함께 풀어나갈 수 있다고 한다.

 

이미 외국어번역행정사 자격증을 취득하했으니 나이를 더 먹기 전에 일반행정사 시험에도 다시 도전하려 한다. 그동안 많이 부족한 나에게 성심껏 지도해 주신 합격의 법학원 김묘엽 교수님과 이준의 교수님께 감사를 드린다. 아울러, 늘 성원해 준 가족, 학원에서 함께 시험공부를 하면서 서로 격려하고 합격을 축하해 주신 합격생들에게도 함께 축하하고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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